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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 리뷰/2021

일드 리뷰 : 우리 집 이야기 (俺の家の話)

by 엘라데이 2021. 5. 13.

※ 본 리뷰는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이며, 스포일러는 지양하고 있습니다.

 

우리 집 이야기
の家の話
2021

 

가족/홈 드라마
TBS
2021.1.22 ~ 2021.3.26

 

줄거리

주인공 미야마 쥬이치는 '블리자드 코토부키'라는 이름으로 꽤 성공을 거둔 레슬러지만, 지금은 전성기가 지나 예전 같지 않다. 사실 그는 미야마류라는 노(能, 일본의 전통 예능) 유파 당주의 장남으로, 어릴 때는 후계자가 되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받았으나 엄격한 아버지 쥬사부로에게 반항해 17살 때 집을 나와 레슬링에 입문했다. 어느 날 그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은 쥬이치는 25년 만에 집에 돌아와 형제들과 조우한 뒤, 28대 미야마류를 잇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레슬러를 은퇴한 쥬이치에게 아버지가 기적적으로 회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설상가상으로 아버지는 문하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간병인 사쿠라와 결혼해 유산도 전부 그녀에게 넘기겠다고 선언해 버린다. 치매 증세도 있는 아버지의 간병을 분담하기로 한 형제들은 사쿠라가 돈을 노리고 접근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는데...

출연진

주인공 쥬이치 역을 맡은 나가세 토모야는 이 작품이 배우 은퇴작이다. 쥬이치의 극 중 나이 또한 나가세와 같은 만 42세로 설정되어 있고 오랜 기간 종사했던 직업에서 은퇴하는 부분이 드라마 초반 전개이기 때문에 캐릭터와 배우 본인이 겹쳐지는 부분이 많다. 각본가가 나가세의 마지막 배역을 위해 공을 많이 들인 것 같다. 참고로 극 중 등장하는 레슬링 장면은 스턴트를 쓰지 않고 본인이 직접 연기한 것이라고 한다. 참 개성 있고 독보적인 연기를 하는 배우였는데, 앞으로 드라마에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쉽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쥬이치의 아버지 쥬사부로 역은 니시다 토시유키가 맡았다. 과거에도 나가세 토모야와 함께 호흡을 맞춘 적이 있어서 그런지 (부자지간 연기도 처음이 아니다.) 정말 합이 잘 맞고 감동적인 연기를 보여주셨다. 캐스팅 당시에는 스태프들도 몰랐다지만 옛날에 노(能) 기초를 배웠던 적이 있다고 하는데, 그런 것까지 포함해서 쥬사부로는 정말 이분만이 할 수 있는 배역이 아니었나 싶다.

 

쥬사부로의 간병인으로 형제들의 의심을 받는 사쿠라토다 에리카가 연기한다. 처음에는 충돌했지만 형제들과 아버지 사이에서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점차 가족의 일원처럼 되어가는 사쿠라를 잘 소화해 냈다.

 

쥬이치의 동생인 학원 강사 마이와 변호사 요스케는 각각 에구치 노리코나가야마 켄토, 쥬사부로의 제자로 쥬이치가 떠난 뒤 양자로서 묵묵히 미야마류를 지켜온 쥬게무키리타니 켄타가 맡았다. 라면 체인 사장 겸 래퍼인 마이의 남편 역으로는 게닌인 로버트의 아키야마 류지가 출연해 감초 같은 개그 연기를 보여 주고, 반항기 있는 마이의 아들 역으로는 그룹 나니와단시의 멤버 미치에다 슌스케가 출연한다. 또 쥬이치의 이혼한 전 부인히라이와 카미, 그리고 학습장애와 ADHD로 어려움을 겪지만 노(能)에 재능을 보이는 쥬이치의 아들 역은 하무라 진세이가 맡았다.

 

극 중 등장하는 레슬러는 배우 이노와키 카이 외에 초슈 리키 등 실제 레슬러나 격투가 출신인 분들이 많이 맡으셨기 때문에 레슬링 팬이라면 한층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밖에 가족들의 간병을 지원해 주는 케어 매니저 스에히로 역으로 아라카와 요시요시가 출연하며, 과거 나가세가 각본가 쿠도 칸쿠로와 함께 한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특별 게스트로 다수 등장하니 과거 작품을 보았다면 잘 찾아보길 바란다.

감상

자칫 어둡고 지루해질 수 있는 소재인데, 드라마 전체에 깨알같이 들어간 개그 대사들과 유머러스한 연출들 덕분에 유쾌하게 볼 수 있었다. 누군가는 그런 점을 정신없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아직 나이 든 부모의 간병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나이는 아닌지라 이 드라마를 보면서 장차 닥쳐올 수 있는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부모님도 저렇게 된다면? 우리 집은 어떻게 할까? 내가 나중에 간병받아야 할 상황이 되면 어떡하지? 초반에는 이런 고민을 많이 하며 감상했던 것 같다. 특히 목욕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다. 간병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캐릭터는 다른 작품에서도 심심찮게 보았던 것 같은데 간병에 대한 여러 가지 결정을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가족끼리 논의하는 모습은 좀처럼 볼 수 없었기에 그 부분이 신선하고 새로웠다.

 

다만 아버지 쥬사부로의 과거 만행들은...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겠지만 중간에는 그것 때문에 거의 욕하면서 본 것 같다. 뭐 완벽한 아버지였다면 쥬이치도 가출하지 않았을 테고 많은 것이 달랐겠지. 그래도 보통 많은 드라마가 뒤로 갈수록 재미가 없는데 이건 뒤로 갈수록 재밌었다. 그리고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일드를 본 것은 아니지만 이 드라마는 최종화가 정말 역대 1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좋았다.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 같을 정도로 감동과 충격을 주는 결말이었다. 보통 최종화는 기억에 잘 남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도저히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되돌아보면 자잘하게 복선이 많이 깔려 있었다. 최종화를 본 뒤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재주행을 하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그냥 지나가는 장면, 대사인 줄 알았던 것들이 복선이라는 걸 알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다.

마치며

사실 나는 쿠도 칸쿠로 작품은 맞는 것보다 안 맞는 게 더 많았는데, 이 작품은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예전에 이 작품과 똑같이 쿠도칸 각본에 나가세&니시다가 부자지간으로 출연한 <자만 형사>를 봐서 살짝 반갑기도 했고... 무엇보다 최종화가 너무 좋으니 이 작품은 한 번쯤 도전해 보는 것을 권한다. 아무래도 레슬링 관련 장면이 많이 나오다 보니 레슬링 좋아한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좀 지루하기는 해도 이 드라마를 통해 노(能)라는 생소한 예술 장르를 접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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