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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시나리오 강좌를 수강하기 시작해, 첫 수업에서 들은 '프로를 지망하는가? 취미인가?'라는 강사의 질문을 계기로 각본가를 지망하게 되셨다고 들었는데, 프로가 되겠다는 생각이 있으셨나요?
처음 다니기 시작했을 때는 생각이 없었습니다. 라이터 일을 했기 때문에 글 쓰는 건 좋아했어요. 사정이 있어서 당시에는 일을 중단하고 있던 시기였는데, 평생 갈 취미를 찾고 싶더라고요.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어서 배경 미술을 배울까 하고 강좌를 찾다가 우연히 시나리오 강좌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작화보다 적성에 맞을 것 같아서 시나리오에 대해 배우기로 했어요.
어떤 계기로 각본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셨나요?
시나리오 강좌는 현역에 계시는 선생님 세 분이 매주 로테이션으로 수업을 해주시는데,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금방 각본가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제가 시나리오 강좌를 듣기 시작한 게 30대 후반이라 꽤 늦게 시작한 편인데, 주위에는 '대학에서 영화학과를 전공했고 감독 경험이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영화를 많이 봤습니다' 하는 식으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밖에 없었어요. 반면 저는 최근에 애니메이션에 빠진 것을 계기로 여기에 들어온 거고 사례에 나오는 영화도 본 적이 없어서 경력의 장벽을 날마다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는데, 강사 중 한 분이셨던 히루타 나오미 선생님이 38살에 데뷔하셨다며 "포기하지 않아도 돼"라고 말씀해 주셔서,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광고회사에서 플래너로 10년 넘게 근무하셨던 경험은 각본가 일에도 도움이 되나요?
경험상 '아마 이런 스케줄로 움직일 테니까 이렇게 하는 게 더 좋겠다'라는 생각은 할 수 있어서, '마감을 지킨다', '일찍 제출한다' 등 사회인의 매너가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인・주부로서 평범하게 살아온 경험이 메리트가 되는 부분도 많은 것 같아요.
'잘 잊어버려서 뭐든지 메모하게 되는 메모광'이시라고 들었는데, 작성하신 메모는 각본을 쓸 때 참고하시나요?
좋아하는 각본이나 소설을 읽었을 때 좋다고 생각한 지시문 등을 메모하는 리스트가 있어서 거기에 적어두기도 하고, 영화를 볼 때 기록 어플에 '몇 분에 사건이 일어난다' 등을 메모하고 있어서, '역시 좋은 영화는 10분 이내에 사건이 일어나는구나' 등을 확인하며 보게 됩니다. 스트리밍으로 볼 때도 신경 쓰이는 장면에서 일일이 멈추고 '지금, 몇 분' 하고 시간을 메모하며 보고 있어서 전혀 집중이 안 돼요(웃음). 한 번 보고 좋아진 작품은 다음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시 볼 때도 있습니다. 시간 낭비를 엄청 두려워하는 편이고, 인풋이 없으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타입이라서 작품을 보는 시간도 낭비할 수가 없어요.
드라마 '여명 3개월의 불륜 당한 남편'에서 처음으로 메이저 방송국 연속드라마의 메인 각본을 맡게 되셨는데, 결정되었을 때는 어떤 기분이었나요?
너무 기뻤습니다. 이번에는 TV 아사히 신인 시나리오 대상의 과거 수상자 멤버들끼리 각본을 쓸 수 있는 것도 기쁘고, 메인 각본을 담당하게 되어서 의욕이 넘칩니다.
'여명 3개월의 불륜 당한 남편'은 국내 누적 1억 뷰를 넘긴 초인기 만화 작품인데, 만화를 처음 보셨을 때는 어떠셨나요?
충격적이고 중독성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독자가 느꼈을 매력을 이해하기 위해 '이 작품이 왜 인기인가', '어떤 구성으로 어떤 소재가 나오는가'를 의식하면서 읽었어요.
원작이 있는 작품의 각본을 쓰는 건 어려운 일인가요?
영상화할 때 아무래도 많은 장벽이나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보는 사람이 그걸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원작과 같은 감상을 느끼게 하는 것이 사명이기 때문에 '(원작의) 이 장면과 완전히 똑같이 할 수는 없는데, 같은 효과를 내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용을 취사선택하는 게 어려워요. 그래도 저는 만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제가 작품을 해석・각색한 것이 영상화되는 것, 작품의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각 캐릭터의 배경에 살을 붙이며 생각해 나가는 과정이 너무 즐겁습니다.
혼자서 각본 전체를 쓰는 것과 이번처럼 팀으로 각본을 쓰는 것은 제작 방식이 다른가요?
팀으로 쓰는 건 좋은 점이 많습니다. 제가 담당하는 회차가 아닐 때도 각본가들끼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고민이 있을 때도 다른 때는 혼자서 끙끙거릴 수밖에 없는데, 이번에는 팀의 커뮤니케이션 툴로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쪽과 이쪽 안을 생각 중인데 어느 쪽이 더 좋은가요?' 하는 식으로 바로 상담할 수 있는 점이 좋아요. 반대로 힘든 점은 캐릭터 설정을 생각할 때 혼자서 쓰는 경우에는 제가 아는 만큼의 메모만 있으면 되는데, 이번에는 다 같이 공유할 수 있게 자료를 만드는 단계가 추가된다는 것. 모두가 납득한 상태에서 공통 인식을 가지고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각본을 쓴 드라마를 볼 때는 어떤 기분으로 감상하시나요?
'여기는 이런 식으로 찍어주셨구나. 감사합니다.', '그 장면은 없어졌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시청자의 입장에서 즐기고 있어요. 동시에 '이 대사의 어미는 이게 아니었는데' 하는 식으로 제가 쓰지 않은 부분이 추가되어 있으면 '너무 부족했구나' 싶어서 반성도 되고, 영상을 보면서 '감독님의 말씀은 이런 거였구나' 하고 이해가 되기도 해요. 매번 굉장히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요즘 복수물, 러브 서스펜스 계열의 드라마가 많이 제작되고 있는데, 그 매력은 어떤 부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현대 사회는 윤리적으로 엄격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바르게 행동해야 된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사는 분들도 적지 않고. 그래서 픽션의 세계에서 복수하거나 가해자가 아무 말도 못 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며 스트레스를 푸는 분들이 많은 것 아닐까 싶습니다.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점점 파격적인 내용이 될 것 같은데, 시청자분들이 작품을 어떻게 보시면 좋을까요?
아오이와 미즈키라는 뒤틀린 부부가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지. 복수물이기 때문에 나쁜 일이 많이 일어나고 통쾌한 결말을 기대하며 보는 분들도 많으실 텐데, 각 캐릭터에게 공감할 수 있는 측면이 있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사람의 내면에 사실은 나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시선으로도 즐겨 주셨으면 좋겠어요. 방송이 금요일 밤이기 때문에 일주일 동안 울분이 쌓인 주부 여러분은 물론이고, 남편 여러분도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나의 가정은 괜찮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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