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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 리뷰/2019

일드 리뷰 : 나기의 휴식 (凪のお暇)

by 엘라데이 2021. 5. 29.

※ 본 리뷰는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이며, 스포일러는 지양하고 있습니다.

 

나기의 휴식
凪のお暇
2019

 

 

코미디
TBS
2019.7.19 ~ 2019.9.20

 

줄거리

가전회사에 근무하는 나기는 성실하지만 심약한 성격으로 주변의 눈치를 살피기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자기 몫이 아닌 일을 부당하게 떠맡거나 무리에서 은근히 무시당하는 것은 일상. 그러던 어느 날, 나기는 사내 비밀연애 중인 남자 친구가 동료들에게 자신과 육체관계 목적만으로 만난다고 말하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하고 과호흡을 일으켜 쓰러지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나기는 주변과 관계를 끊고 회사도 그만두고 소지품을 정리해 도쿄 교외의 작고 허름한 아파트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출연진

남의 눈치만 보고 열심히 주변에 맞추려 노력하다가 지쳐버려 인생 리셋을 감행하는 주인공 나기 역할은 쿠로키 하루가 맡았다. 나도 나기와 비슷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는데, 사실 현대인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고민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한다. 나기가 서서히 자신을 바꿔 나가는 모습을 보며 나도 나기에게 격려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기의 전 남자 친구로 인생 리셋의 결정적인 원인 제공자 가몬 신지 역은 타카하시 잇세이가 연기한다. 최대한 좋게 말해주자면 관심 있는 친구를 괴롭히는 초딩? 회사에서는 완벽하게 처신하는데 유독 나기에게는 못되게 굴고, 그게 진짜 싫어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사실은 나기를 사랑하는데 그렇게 행동한다는 점이 어이가 없는 캐릭터. 뒤돌아서면 후회할 거면서 왜 그러는 건지, 어떤 의미에서는 나기보다 더 정신적인 성장이 시급한 인물이다.

 

나기가 새로 이사한 아파트 이웃인 곤 역은 나카무라 토모야가 맡았다. 사람 홀리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고 누구에게나 잘해주는 타입으로 엮이는 사람들을 폐인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에게 나기도 서서히 끌리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보기 전까지 이 배우가 매력 있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여기서 처음으로 매력을 느꼈다. 드라마 속 인물들뿐만 아니라 시청자까지 홀려 버리는 마성의 캐릭터.

 

나기의 또 다른 이웃 시라이시 모녀는 각각 요시다 요우와 시라토리 타마키가 맡았다. 시라토리가 연기하는 우라라는 초등학생으로 나기가 회사에서 그랬던 것처럼 학교에서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어울리려고 애쓰는 소녀. 요시다가 연기하는 우라라의 어머니 미스즈는 학교 엄마들에게 은근히 무시당하지만 사실은 건설 현장에서 크레인을 조종하고 일터에서 인망도 두터운 멋진 분이다. 나기는 낮에 혼자 집을 봐야 하는 우라라와 가까워지며 미스즈와도 친분을 쌓게 된다.

 

나기의 윗집에 사는 요시나가 씨 역은 미타 요시코가 연기한다. 자판기 밑에서 동전을 찾거나 빵집에서 빵 귀퉁이를 얻어오는 모습으로 나기에게 미래에 자신도 저렇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주지만, 사실은 검소하나마 인생을 충실하게 즐길 줄 아는 멋진 할머니.

 

나기가 일자리를 찾으러 다니는 헬로워크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 사카모토 씨 역할은 이치카와 미카코가 맡았다. 학벌은 최고지만 사회성이 너무 떨어져서 직장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취업도 어려워진 안타까운 인생. 처음에는 나기에게 수상한 팔찌를 팔아넘기려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친해지게 된다.

 

나기가 아르바이트하게 되는 스낵 주점 '버블'의 주인 역으로는 타케다 신지가 출연한다. 알고 보니 가몬이 단골이었던 곳으로 여기서 나기와 가몬의 인연이 이어진다.

 

오사카 지사에서 영업 톱 실적을 쌓고 도쿄 본사로 와 신지와 엮이게 되는 이치카와 역은 카라타 에리카가 연기한다. 예쁘장한 외모에 싹싹하고 눈치도 빨라 좋은 평가를 받지만 동성에게는 미움받는 타입. 이때는 굉장히 매력적인 배우라고 생각해 관심을 가졌는데...

 

나기와 함께 다니면서 은근히 무시하고 깔봤던 옛 동료 3인방은 타키우치 쿠미, 오오츠카 치히로, 후지모토 이즈미가 맡았다. 나기가 퇴사한 이후에는 이치카와에게도 험담을 하며 괴롭히는 전형적인 악역이었는데 몇 달 후 이치카와 역 배우의 스캔들이 터지자 이들은 재조명(?)을 받게 되고... 극 중에서는 얄밉지만 어딘가 현실에서도 있을 법한 인물들.

 

마지막으로 홋카이도에서 혼자 지내고 있는 나기의 어머니 역은 카타히라 나기사가 맡았다. 강압적이고 엄격한 훈육으로 나기가 눈치 보는 성격이 된 원인을 제공한 인물. 개인적으로 나의 모친과도 너무 비슷한 타입이라 나기에게 더 공감이 되었다. 비슷한 성격의 어머니를 둔 사람이라면 보면서 조금 괴로울지도 모르겠다.

감상

살다 보면 주변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눈치를 살피는 것이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 드라마는 그런 지친 영혼들을 달래주는 작품이다. 정말 보면서 힐링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도 나기처럼 눈치를 많이 보고 주변에 무조건 맞추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할 때도 있고 한때는 거절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소심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기에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확히 나기가 과호흡으로 쓰러진 타이밍에 이 드라마를 계속 보기로 결심했던 것 같다. 나기가 어떻게 일어서고 극복하는지가 보고 싶었고, 끝까지 함께 하면서 따뜻한 인연을 많이 만난 나기가 부럽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카무라 토모야가 정말 매력적으로 나오니 팬이 아니어도 꼭 주목해서 보길 바란다. 거지 꼴을 하고 나오는데도 원래보다 100배는 잘생겨 보여서 깜짝 놀랐다. 진짜 나 같아도 주변에 있으면 빠져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연기였다.

마치며

인생이 힘들다면 추천. 사실 인생이 힘들지 않아도 추천한다. 누구나 한 번쯤 볼 만한 따뜻하고 유쾌한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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