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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 관련 인터뷰/제작진

드라마 '엘피스 -희망, 혹은 재앙-' 각본가 와타나베 아야×프로듀서 사노 아유미 인터뷰

by 엘라데이 2022. 10. 27.

※ 오역, 의역이 있을 수 있으니 참고만 해주세요.

 

 

원문 ▶ 22.10.24 CREA (전편 | 후편)

 

 

 

 

일드 리뷰 : 엘피스 -희망, 혹은 재앙- (エルピス―希望、あるいは災い―)

※ 본 리뷰는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이며, 스포일러는 지양하고 있습니다. 엘피스 -희망, 혹은 재앙- エルピス―希望、あるいは災い― 2022 미스터리 KTV 2022.10.24 ~ 2022.12.26 줄거리 심야 버라이어티

elladay.tistory.com

 

 

 

와타나베 씨 각본의 드라마를 설마 민영방송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올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드라마 팬들의 이 비원은 사노 씨가 힘을 써주셨기에 가능했던 것 같은데, 두 분의 만남부터 들어볼 수 있을까요?

와타나베 : 첫 만남은 2016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사노 : 어제 일처럼 떠올릴 수 있어요. 마침 제가 TBS에서 '99.9 ~형사 전문 변호사~'(2016년 방송)라는 작품을 담당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아야 씨가 NHK에 회의가 있어서 도쿄에 와 계셨는데, 마침 돌아가는 비행기까지 시간이 있다고 하셔서 뵈러 갔죠.

와타나베 : 공통 지인인 스타일리스트분에게 '사노쨩이라는 괜찮은 애가 있는데 만나게 하고 싶다'라고 소개를 받았어요. 사노 씨에 대해서는 '기개가 있다'는 평판을 업계 관계자로부터 자주 들었습니다.
그런데, 처음 뵈었을 때 왠지 모르게 굉장히 괴로워 보이는 인상을 받았어요. '나 같은 건……' 하고 말할 것 같은 연약한 분위기가 있었죠. 사람들에게 저 정도로 평가받고 있어서 더 밝고 기가 세 보이는 분이 올 거라고 상상하고 있었는데. 굉장히 움츠러들어 있어서 이거 재미있네 하고 생각했어요.

 

거만한 수완가가 올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정반대 타입의 사람이었다고요. 괴로워 보이는 인상이라는 것도 궁금한데요.

와타나베 : 역시 작품을 만든다고 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괴롭고 의기소침해지는 건 당연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자신만만한 사람보다 콤플렉스를 안고 있거나 어딘가 결여된 부분이 있는 사람을 창작자로서 더 매력적으로 느끼는 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분의 조합이 실현된 것은 한 사람의 시청자로서도 너무 기쁜 일입니다.

와타나베 : 그 뒤에도 이런저런 기회로 뵙게 되었고 시마네현에 있는 제 일터까지 와주신 적도 몇 번 있었습니다. 이 무렵에는 교외에 살며 저가 브랜드 옷을 입는 주부가 좋아할 법한 러브 코미디를 만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해서 러브 코미디 노선의 이야기도 했어요. 하지만 어딘가 서로 내키지 않는 부분이 있었죠.

 

TV 방송의 타겟 설정이라고 하면 F1층(20~34세 여성), F2층(35~49세 여성) 등 더 대략적인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굉장한 지시네요.

와타나베 : 게다가 사노 씨 너머로 들려오는 상사의 말이라는 게 재미있었어요. '너는 아무튼 이세탄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작품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라는 알 수 없는 설교를 들었다는 거예요. 그런 말을 들으며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거구나 싶어 안쓰러워졌습니다.

 

의도가 없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타겟 설정도 그렇고 설교도 왠지 모르게 시청자를 무시하는 것처럼 들리네요.

와타나베 : 시청자의 지성을 믿지 못하는 거죠. 저는 프리랜서 각본가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일하고 있지만, 대기업 조직 안에서 일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애초에 사노 씨라는 사람은 윗선의 압력에 견딜 수 있는 타입이 아니고 사내정치에도 맞지 않는 인간이라고 생각해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계속 '좁은 우리에 갇혀 꼬리를 내리고 있는 시바견' 같은 이미지가 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사람은 분명 풀어놓으면 어디든지 달려갈 수 있는 엔진을 갖고 있지만 지금은 우리 안에서 기가 죽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 뒤로 더욱더 사노 씨에게 흥미가 생겼습니다.

 

사노 씨 하면 우는 아이도 울음을 그치는 명프로듀서라는 인상을 멋대로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 당시의 모습은 의외였습니다.

와타나베 : 게다가 '대체 나는 사실은 무엇을 만들고 싶었던 것인가'라는, 창작자라면 커리어의 어느 지점에서 누구나 고민하게 되는 명제에 직면해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것을 알고 저는 여러 방향에서 사노 씨를 찔러보았습니다.

사노 : '콰르텟'(2017년 방송)을 만들고 있을 때 그게 있었어요. 2017년 초에는 카루이자와와 시마네를 꽤 왔다 갔다 했습니다. 어느 날은 사카모토 유지 씨에게 혼나고 그 다음날은 와타나베 아야 씨에게 혼나고. 정말 폭발할 것 같았죠(웃음).

 

와타나베 씨는 어떤 식으로 사노 씨를 찔러보셨나요.

와타나베 : 만나면 만날수록 사노 씨는 재미있었어요. 저는 매번 누군가와 작품을 만들 때, 우선 자신과 상대(프로듀서나 감독)가 가장 납득하고 공유할 수 있는 최대공약수 같은 소재가 무엇인지 생각합니다. 어떤 주제라면 두 사람이 같은 열정을 가지고 작품에 몰두할 수 있을까. 그걸 찾고 싶어요. 사노 씨의 열정은 무엇을 향해 있을까 하는 게 너무 알고 싶었죠. 그래서 여러 질문을 해 보았는데, 이때는 고개 숙인 '길 잃은 시바견'이었기 때문에 좀처럼 진의가 드러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한번은 사노 씨의 "프로듀서로서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하고 슬쩍 물어봤어요. 도쿄대 출신으로 커리어를 쌓고 저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대단하다는 말을 들으니 여러 가지가 있겠지 싶었거든요. 그때의 대답은 '행동력이 좋은 것'이었습니다. 듣고 싶었던 건 그런 게 아니었기 때문에 저는 '흠', 하고 가볍게 대꾸했어요. 하지만 어쩐지 그게 사노 씨를 찌르고 말았는지 갑자기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는 거예요.

 

갑자기 드라마틱한 전개로…….

사노 : 제 딴에는 긍정적인 답변이었고 행동력이 좋은 건 자랑거리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제가 해야 하는 답은 그런 게 아니었던 거죠. 그 뒤에 아야 씨는 이어서 "그럼 애초에 왜 드라마 프로듀서가 되었나요" 하고 질문하셨습니다. 심오한 문제의 시작이죠. 왜 드라마 프로듀서가 되었는가를 풀어내려면 저 자신을 더 깊이 파고들 필요가 있으니까요. '왜 방송국에 입사했는가', '왜 도쿄대에 들어갔는가', '왜 고등학교에……' 하며 스스로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그러자 제 안에 계속 존재했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것이 여럿 발견되었어요. 아픈 기억도 많았지만 스스로 언어화하지 못했던 것을 아야 씨에게는 전부 말할 수 있었습니다. 부족함 없이 적확한 질문을 앞에 두고 제 안에서 찾은 말을 늘어놓다 보니 어느새 펑펑 울고 있더라고요. 정말 모든 것을 내보이고 말았던 거예요. 덕분에 이날은 개운한 마음으로 돌아갔습니다.

와타나베 : 아마 이때 사노 씨 안에 무언가 변화가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자신 안에 있던 문제의식 같은 것이 마침내 나온 거죠. 외모와 말투가 점점 바뀌어 갔으니까요.

사노 : 생각해 보면 아야 씨와 만난 뒤로 계속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어요. 자신의 내면에 있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 이후 마침내 두 분이 만들어야 할 작품의 주제를 찾은 거군요.

와타나베 : 그 뒤에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사노 씨는 원래 법학부에 재적했던 적이 있어서 세상에 일어나는 사건과 재판 제도에 대해 흥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형수의 일기를 읽거나 재판을 방청하러 가는 것을 라이프 워크로 삼고 있다는 것도요. 그렇다면 역시 저는 그것을 살린 작품을 만들고 싶은 거죠.

 

이건 뭐 러브 코미디를 할 때가 아니네요.

와타나베 : 한번은 사노 씨에게 미해결 원죄(寃罪)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당시의 저는 그 분야에 대해 밝지 못했기 때문에 이 나라에서 얼마나 죄를 뒤집어쓰기가 쉽고 실제로 그것으로 아직 석방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조사하면서 이건 꼭 하고 싶고 이거라면 꼭 좋은 작품이 나올 거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노 : 다만, 역시 이 기획은 통과되지 못했어요.

와타나베 : 회사 입장에서는 그렇겠죠. 러브 코미디를 만들라고 했는데 완전히 다른 것을 제안한 거니까요. 그럼 지시대로 러브 코미디를 만들자는 이야기도 사노 씨와 했는데, "저는 이제 와서 아야 씨와 러브 코미디는 못하겠어요! 저는 이걸 할래요!"라고 말해줬어요.

 

시바견이 우리에서 풀려난 순간이네요……!

사노 : 실현할 수 있다는 보장이 전혀 없는 상태였지만, 각본을 이대로 함께 만들어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터무니없는 떼를 썼던 거죠. 지금 생각하면 바보 같아요. 하지만 이게 제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작품이었어요. 그대로 3화 정도 대본을 완성한 단계에서 캐스팅만이라도 먼저 정하고 싶은 생각에 가장 먼저 나가사와 마사미 씨에게 오퍼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꼭 하고 싶다'라고 흔쾌히 승낙을 해주셨어요. "왜 이걸 바로 할 수 없는 거죠?"라고도 하셨죠.

 

나가사와 씨를 캐스팅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노 : 연기를 잘하시는 건 물론이고, 나가사와 씨는 내면에 있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매력적인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조금 전까지의 이야기를 보면 와타나베 씨도 인간으로서 그런 분을 좋아하시죠.

와타나베 : 인간미가 있어서 좋아요. 다듬으면 어디까지 갈까 생각하면 두근두근합니다. 사노 씨도 의욕이 있고 나가사와 씨도 의욕을 보여주셨어요. 이건 완성할 수밖에 없다고 열을 올려서 2018년 1월에 최종화까지 집필을 끝냈습니다. 그 사이에도 사노 씨는 방송할 수 있는 곳을 찾아주고 계셨는데, 장벽은 생각 이상으로 높았어요. 심지어 사노 씨도 회사를 휴직하는 등 이런저런 사건이 일어나 버려서 이제 이건 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로서는 포기하고 이 각본은 사노 씨에게 주는 선물로 생각하려고 했는데…… 세상에 사노 씨가 불사조처럼 부활하고 게다가 더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거예요.

 

그 사이 사노 씨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건가요.

사노 : 2018년 말에 현장이 아닌 부서로 발령이 나 버렸어요. 조직으로서 인사의 의도는 여러 가지가 있었던 것 같지만 저는 계속 드라마 현장에 있고 싶었기 때문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서 입사했는데 드라마부에 돌아가려면 사내정치 때문에 약삭빠르게 처신해야 했어요. 그 타이밍에 몸이 안 좋아진 것도 있어서 당분간 부득이하게 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제 인생의 한정된 시간은 드라마 제작에 쓰고 싶었어요. 그 생각에 TBS를 그만두고 이직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제가 이 작품을 반드시 성립시키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칸테레(칸사이TV)가 '이건 꼭 해야 되는 작품이다'라고 등을 밀어주었던 것도 이직의 큰 계기입니다.

 

마침내 작품을 방송할 수 있는 곳을 찾은 거군요. 그리고 동시에 새로운 이직처도.

사노 : 아야 씨를 만나고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만나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프로듀서 업계에는 '아야 참배'라는 말이 있어요. 아야 씨의 일터인 시마네는 신들이 모이는 장소잖아요. 역시 안 가면 안 돼요. 도쿄에서는 말하지 못했던 것을 시마네의 자연이 풍부한 그 일터에서 아야 씨에게는 말할 수 있었던 일이 몇 번이나 있었어요. 차크라가 열려 버린단 말이죠.

 

각본의 의뢰부터 방송까지 햇수로 6년. 드라마 제작에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나요.

와타나베 : 제 사상 처음이에요. 뭐 민방 연속 드라마 자체가 애초에 처음입니다만.

 

와타나베 아야 각본의 드라마를 민영방송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올 줄은 생각도 못해서 정말 기쁩니다. 심지어 이렇게 긴 시간을 들여서 간신히…….

와타나베 : 당초 요청받은 대로 러브 코미디였다면 더 빨리 공개할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주제가 주제니까요. 왜 이 드라마의 내용에 방송국이 난색을 표했냐 하면, 대중 매체가 범죄 등의 사건에 대해 오보나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것을 보도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나아가 어디서 어떤 간섭이 들어오는지, 보도가 어떤 식으로 주춤해지는지, 진실이 어떻게 어둠에 묻혀가는지도요. 아마 저와 사노 씨가 만났을 때부터 계속 안고 있던 공통의 문제의식은 권력의 횡포와 거기에 종속되어 있을 뿐인 언론의 보도 자세예요. 그것을 연료로 삼아 이번 각본을 써왔기 때문에.

 

방송국이 방영을 주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네요. 그리고 그것을 만들겠다고 해준 칸테레가 대단합니다!

와타나베 : 대단해요.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평소에 언론에 나가는 것을 꺼려서 취재도 되도록이면 받고 싶지 않은 타입이에요. 그런데, 이번에는 실재하는 사건에서 착상을 얻은 것도 있어서 제 입으로 말하는 장소를 만들어 두지 않으면 여러 곳에 피해가 갈 우려가 있다는 생각에 인터뷰를 받았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소재이기 때문에 각오하고 임하고 있어요.

 

와타나베 씨의 오리지널 각본은 9할 이상의 기획이 통과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예전에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난항을 겪으셨지만 드디어 방송까지 도달했는데요. 지금까지 실현되지 못한 작품이 많이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은 이번처럼 인생을 걸고 드라마를 만들려고 하는 프로듀서(또는 감독)가 적었기 때문인가요?

와타나베 : 민방에서도 기획 도중까지 진행된 적은 몇 번 있는데, 어째서인지 잘 되지 않았어요. 예전에 와주셨던 분의 케이스로 말하면, 숫자(시청률)가 못 나와도 좋으니 저와 하고 싶다며 와주셨는데 도중에 겁이 났나 봐요. 역시 시청률이라는 구속이 강했던 거겠죠. 기본적으로 TV는 실시간 시청률 지상주의니까요. 거기에 대해 제가 일을 백지로 돌려놓은 일이 있었습니다.

 

민영 방송의 경우 스폰서에게 돈을 받고 드라마를 제작하니까요. 이 시스템이 족쇄가 된 걸지도 모르겠네요. 와타나베 씨는 프로듀서로부터 각본 의뢰가 있을 때 기본적으로 어느 분과도 처음에는 대화를 하면서 작품의 주제를 찾아가시나요.

와타나베 : 그렇죠. 예를 들어 만화나 인기 소설 등 원작이 있는 것을 주문하는 분이 굉장히 많은데, 그 대부분을 제가 받지 않는 것은 그게 와주시는 분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소재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원작이 있는 소재에 대해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것은 원작자 본인이잖아요. 다른 분이 정성을 들여 만든 것을 아무리 저와 프로듀서가 논의를 해봤자 뛰어난 작품은 만들 수 없어요. 그건 굉장히 아까운 일이죠.
저와 사노 씨도 그렇지만 창작자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굉장히 짧습니다. 인생에서 모처럼 작품을 만들 기회가 주어졌는데 자신의 내면에서 솟아나는 것을 만들려고 하지 않으면 어떡해? 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원작물 이야기가 오는 것은 시청률을 확실하게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있다고 생각해요. 창작 현장에서 경제 효율이 우선되고 마는 것도 신경 쓰입니다.

 

마음에 사무치는 말씀입니다……. 포기하고 돌아간 분은 아깝네요.

와타나베 : 사실은 분명히 그 사람 안에 뭔가가 있을 거란 말이죠, 절실한 주제가. 하지만 그렇게 파고들지 않고 끝나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더월'(2018년 방송), '지금 여기 있는 위험과 나의 호감도에 대해서'(2021년 방송) 등, 근래의 와타나베 씨 작품을 보고 있으면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그것은 최근의 와타나베 씨와 프로듀서 사이에 올라온 공통항이 되는 주제가 사회적인 문제인 경우가 많기 때문인가요?

와타나베 : 그런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특정비밀보호법 등이 눈 깜짝할 사이에 심각한 형태로 강행채결되었을 때쯤부터였을까요. 그때까지 저는 완전히 정치에 흥미가 없는 인간이었는데, 권력 측의 폭주와 표현・언론의 자유의 위축에 위기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에는 주위에도 정권을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있고 언론도 정부가 말한 것만 보도했죠. 이건 역시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래 '권력의 감시'는 대중 매체의 중요한 사명 중 하나인데, 그 상당수는 권력의 확성기와 같은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와타나베 : 하지만 언론 안에도 이 상황에 대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두 명쯤은 있을 거예요. 그런 사람들에 대해 쓰고 싶다는 생각이 이 작품을 만들게 된 최초의 동기였습니다. 나가사와 마사미 씨가 연기하는 주인공이 바로 그런 사람이죠.

사노 : 이 작품의 인물들은 자신에게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고 TV도 또한 끝나가는 미디어라고 포기한 채 일하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 아야 씨와 만났을 무렵에는 자신에게 가치가 없다고 믿고 있었어요. 하지만 나 자신의 가치는 스스로 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야 씨에게 배웠습니다. 이 인물들이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도 기대하며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제목인 '엘피스 -희망, 혹은 재앙-'은 그리스 신화의 판도라의 상자에서 유래한 것이죠. 최근 몇 년은 전염병, 전쟁 등 정말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듯한 현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타이밍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딱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목은 전부터 정해져 있던 것인가요.

와타나베 : 제목도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 결과 이것으로 정해졌습니다. '엘피스'라는 어감도 좋잖아요. 나가사와 마사미 씨가 주연이고.

 

아! 확실히 나가사와 씨는 칼피스 광고에 출연하고 계시죠! 그건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이어지는 '-희망, 혹은 재앙-'이라는 부제도 신경 쓰입니다.

와타나베 : 최근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현상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 잘 알 수 없게 되었죠. 희망인가, 재앙인가. 전부 받아들이는 사람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노 : 이건 개인적인 이야기인데, 방송국을 이직했을 때 심한 말을 듣거나 야유를 받은 일도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이 드라마 때문에 TBS를 그만두게 되어서 아쉽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 드라마 덕분에 저는 자신의 인생이 더욱더 개척되었다고 생각해요. 어느 쪽의 주장이 옳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마다 다양한 견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 저는 조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만.

 

역할의 캐릭터 설정은 어떻게 정해졌나요.

와타나베 : 사실 나가사와 마사미 씨와 마에다 고든 씨의 역은 사노 씨라는 사람의 성격과 사고방식을 그대로 역할로 나눈 부분이 있어요. 반면 스즈키 료헤이 씨의 배역은 제 주변에는 없는 완전히 모르는 타입의 캐릭터입니다. 그럼 이 역의 이미지는 어디에서 나온 거냐 하면 그건 사노 씨가 이런 타입의 남성에게 의외로 약한 게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사노 : 정말 스즈키 씨의 배역은 제가 과거에 속아 넘어가거나 푹 빠졌다가 뼈아픈 경험을 한 남자들의 집합체 같은 사람이라서 깜짝 놀랐습니다(웃음).

와타나베 : 역시 가장 먼저 보여주는 것이 프로듀서이기 때문에 거기에 초점이 맞춰지게 되는 것 같아요. 사카모토 유지 씨 각본의 '오마메다 토와코와 세 명의 전 남편'(2021년 방송)도 보았는데, 저는 오마메다 토와코가 사노 씨와 꼭 닮았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노 씨라는 인간을 흡수해서 각본으로 만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각본가에게 프로듀서는 어떤 존재인가요.

와타나베 :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죠. 파트너이기도 하고요. 이건 저 외의 각본가들도 그럴 것 같은데, 분명 가장 기쁘게 하고 싶은 사람이에요.

 

프로듀서가 좋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작품이 세상에 나오지 못하니까요.

사노 : 이 세상에 탄생한 각본의 첫 독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프로듀서업의 묘미 중 하나입니다. 항상 울면서 초고를 읽고 울음이 진정된 뒤에 아야 씨에게 전화를 했어요. 각본가는 기본적으로 집필 시간이 길어요. 저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각본가가 경험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들어서 그것을 전부 빠짐없이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눈과 귀를 대신하고 싶어요. 이번에는 방송국이 무대였기 때문에 "이런 상사가 있는데!", "이런 정보 버라이어티 현장이 있는데!" 등 방송국 이야기도 많이 전해 드렸습니다.

 

이 작품은 '사회파 엔터테인먼트'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원죄 사건이 주제인데 재미있는 부분이나 웃음 요소도 있다는 말인가요.

사노 : 그게 새로운 부분이 아닐까 해요.

와타나베 : 그렇죠. 역시 무겁기만 하면 봐주지 않으니까요. 무거운 것을 소화하는 소화효소와 같은 것이 현대인에게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옛날 NHK 다큐멘터리 같은 건 아주 내용이 무거웠어요. 제목부터 굵은 붓글씨에 위협하는 듯한 박력이 있었죠. 저것을 볼 수 있는 소화 능력이 옛날에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무거운 주제도 가볍게 표현하지 않으면 봐주지 않아요. 그것도 이해는 해요. 다들 자기 인생이 너덜너덜한데 집에 가서 TV를 켜고 더 무거운 것을 볼 기력이 없는 거죠. 그리고 단순히 저 자신도 웃음이 있는 편이 일할 때 더 즐겁기 때문에 재미는 의식하고 있습니다.

사노 : 맞아요. 밝고 웃음도 있고 사랑도 있습니다. 직업 코미디와 같은 요소도 있고요.

 

아주 기대됩니다! 그런가 하면 아침 드라마 '카네이션'(2011년 방송)이나 영화 '역광'(2021년 공개)처럼 인간의 업을 예리하게 그려낸 부분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와타나베 : 저는 사람을 상처 주지 않는 표현은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요즘은 리스크에 대해 제작 측이 민감해져서 상처를 극도로 피하는 풍조가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번에도 저와 사노 씨는 마지막 순간까지 논의를 거듭해 나갔어요. 사노 씨는 프로듀서로서 작품과 배우를 지켜야 하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저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업을 긍정하거나 수용할 수 있는 곳은 엔터테인먼트 정도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보도나 다큐멘터리는 무리라도 드라마나 영화라면 그려낼 수 있죠. 인간은 애초에 결함이 있는 생물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욕망을 갖고 있고 누구나 언젠가 나도 사회적으로 말살되는 것이 아닐까, 비판을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 자신도 그렇지만, 사회에 대해 배려하는 모습만 보이면 사람은 행복해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불편한 것도 표현으로서 보여주는 것이 사회의 어딘가에 필요한 것 같아서, 영화에서도 드라마에서도 계속 그것을 해왔습니다. 어느 정도 리스크가 있다고 해도 자신이 책임을 질 수 있는 부분까지는 그렇게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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