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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 관련 인터뷰/제작진

드라마 '엘피스 -희망, 혹은 재앙-' 엔딩 제작 기획 카미데 료헤이, 각본가 와타나베 아야 인터뷰

by 엘라데이 2022. 12. 23.

※ 오역, 의역이 있을 수 있으니 참고만 해주세요.
전문은 원문에서 확인해 주세요.

 

 

22.12.20 CREA (전편 | 후편)

 

 

 

 

일드 리뷰 : 엘피스 -희망, 혹은 재앙- (エルピス―希望、あるいは災い―)

※ 본 리뷰는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이며, 스포일러는 지양하고 있습니다. 엘피스 -희망, 혹은 재앙- エルピス―希望、あるいは災い― 2022 미스터리 KTV 2022.10.24 ~ 2022.12.26 줄거리 심야 버라이어티

elladay.tistory.com

 

 

 

'엘피스' 엔딩 기획에서 카미데 료헤이 씨의 이름을 발견했을 때 여러 가지로 납득이 갔습니다. 왜냐하면 전에 와타나베 아야 씨와 사노 아유미 씨(본작 프로듀서)가 말씀하신 'TV와 언론, 보도의 역할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카미데 씨 자신도 갖고 계시기 때문이죠. 카미데 씨가 TV도쿄에 계실 때 '군상'(2021년 4월호)에 기고하신 '우리 TV는 스스로 죽어가는 것인가'에 큰 충격을 받았는데, 그 이야기부터 들어볼 수 있을까요?

카미데 : 그렇군요, 제 이야기로 시작해서 죄송합니다. '군상' 건은 이야기할 수 없는 것도 많습니다만, 가능한 한. 저는 당시 실명으로 방송국 체제와 사장의 판단에 의문을 던지는 글을 썼습니다. 그건 제가 폭주족 소년들을 취재한 기획이 이리저리 돌다가 사장에게 직접 하지 말라는 말을 듣고 중지되어 버린 일이 계기였어요. 방송국으로서 사장이 나와서 폭주족을 취재하지 마라, 반사회적 세력과 연결되어 있는 인간이잖아, 라고 한 거죠.

 

누군가를 어떤 속성이 있다는 이유로 취재 대상에서 제외하는 태도는 보도 기관으로서는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카미데 : 저는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나 일반적인 관념으로는 귀를 기울이지 말아야 한다고 간주되는 존재의 목소리를 집어내는 것이 미디어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건에 대해서는 폭주족을 미화한 것도 아니고 물론 금전이 오간 것도 아닌 윤리적으로도 문제없는 방송이었는데, 저는 그 시비를 가리는 것조차 할 수 없었어요. 저와 사장 사이에 여러 계층이 있고, 다른 사람을 통해 하나의 의제를 던지면 2개월 후에 겨우 대답이 돌아오는 세계였습니다. 게다가 그 대답은 '안 된다' 같은 수준으로 간소화되어 있어서 누가 어느 단계에서 어떤 논리로 그 결론을 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어요. 그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하는 생각을 썼습니다.

 

당시에는 방송국 사원이셨으니까 원래대로라면 발표하는 글에 대해서도 방송국의 체크가 들어가는 거죠. 일부러 회사를 거치지 않고 게재를 감행한 것 때문에 이건 '고발문'이라고 여겨졌던 인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TV에 대한 러브레터처럼 느껴지더군요. 이 원고에는 TV와 보도의 올바른 모습을 바라는 카미데 씨의 희망과 업계인으로서의 자부심, TV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었으니까요.

카미데 : 그건 말씀하신 대로, 저는 제가 있는 곳을 어떻게든 지키고 싶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이렇게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늘어놓은 거죠. 그래서 사노 씨와 와타나베 씨가 생각하고 계신 것도 그런 의미에서는 굉장히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처음 '엘피스'의 엔딩 의뢰를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카미데 : 기뻤죠. 사노 씨에게 대본을 받고 재미있어서 바로 감상을 보냈습니다. 아내 일도 겹쳐보며 읽어 버렸어요.

 

카미데 씨의 파트너인 오오하시 미호 씨는 TV도쿄 아나운서였죠.

카미데 : 제 아내도 TV도쿄에서 보도와 버라이어티 등을 여럿 경험하고 현재는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있었던 고뇌와 갈등이 완전히 에나(나가사와 마사미)와 겹쳐지기 때문에 조금 특수한 관점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물론 방송국 내의 어찌할 수 없는 문제나 거기에 있는 사람들의 갈등도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그것도 저에게는 겹쳐지는 부분이었고요. 분명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에는 방송국이라는 장소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더 보편적인, 조직과 인간과 정의의 문제가 가차 없이 그려져 있으니까요. 그 엔딩을 의뢰받은 것이기 때문에 신경 써서 만들고 싶었어요.

 

극 중에서는 에나와 타쿠로(마에다 고든)가 필사적으로 만든 VTR에 방송국이 방송 부적절 판단을 내렸죠. 이건 카미데 씨의 실제 체험과도 겹쳐지는데, 방송국뿐만 아니라 여러 회사나 조직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카미데 : 아무도 책임을 지고 싶지 않으니까 책임 소재를 애매하게 만들기 위해 윗선에 올리는 일을 반복한 결과 누구의 의사 결정인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서 결국 아무것도 못하는 겁니다. 와타나베 씨는 '원더 월'(NHK・2018년 방송), '지금 여기 있는 위험과 나의 호감도에 대해서'(NHK・2021년 방송)에서도 대학이라는 조직을 무대로 그런 이야기를 쓰셨죠.

와타나베 : 대학이라고 하는 무대는 일종의 메타포 같은 것이었습니다. 실제로는 대학뿐만 아니라 정권을 비롯한 모든 조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것을 요구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엘피스'에서는 사형수 마츠모토에 대해 언론이 '로리콘'이라는 거짓 범인상을 만들고 피해자 중 한 명에 대해 '속옷을 팔았다'고 언론이 보도했다는 묘사가 있었는데, 그것도 엽기적인 범죄를 일으키는 것은 로리콘이라는 이상한 인간이고 피해를 입는 사람은 그럴 만한 무언가가 있어야 모두가 '그래서 이런 사건이 일어났구나' 하고 납득하기 쉽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해하면 모두가 안심한다는.

와타나베 : 사노 씨가 여러 사건의 르포를 보여주셨을 때 깜짝 놀란 건데, 범죄자든 피해자든 사람들은 '나와는 관계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어 한대요. 예를 들어 피해자가 '평범한 여대생'이라도 언론에서는 굳이 '명품 가방을 많이 갖고 있었다' 이런 말을 쓰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죠. 그건 뉴스 시청자가 '나와는 관계없는' 사치를 좋아하는 젊은 여자였기 때문에 피해를 입은 거다, 그렇지 않은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사실은 어떤 사람이든 같은 세계의 인간인데 말이죠. 그런데도 선을 그어서 다들 멋대로 이해해 버리는군요.

와타나베 : 이해했다는 기분이 되어 안심하고 싶은 거예요. 이번에는 지금까지 언론이 해온 일을 그대로 그렸습니다. 다만 동시에 범죄 피해자를 자신과 완전히 다른 세계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확실히 내 안에 있구나 하고 스스로 경계하게 되었어요.

 

카미데 씨는 이번에 대본을 읽고 나서 엔딩을 제작하셨습니다. 이야기를 잠식하는 듯한 그 엔딩에는 뭔가 명확한 목적이 있나요.

카미데 : 명확하게 있었습니다. 우선 단순히 좋은 느낌의 엔딩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 기분 좋게 끝내고 싶지 않다는 것이 출발점이었어요. 드라마의 내용과 프로듀서인 사노 씨가 안고 있는 갈등, 제작 과정의 여러 문제에 대해 들었기 때문에 이것이 힘든 작품이라는 것을 저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사노 씨는 제작자로서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자각하고 있는 몇 안 되는 TV 제작자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깊게 생각할 수 있는 분이 별로 없거든요.
그런 가운데 드라마에서 그리고자 하는 것은 정의를 추구하는 것. 그 자체의 위험은 물론 자각하고 있지만, 만약 작품이 정의를 실현하는 결말이 된다면 '그렇게 돼서 다행이다'로 방송을 마무리지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걸 표현한 게 그 엔딩이에요.

 

(동석하고 있던 사노 씨에게) 카미데 씨에게 엔딩을 맡긴 것도 의도가 있었던 거죠.

사노 : '엘피스'라는 것이 갖고 있는 다층적인 세계의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엔딩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 부분에서 오늘날의 TV 업계가 안고 있는 갈등과 모순, 잘못된 부분, 그럼에도 갖고 있는 강점 등 여러 가지를 알고 있는 분이 만들어 주셨으면 했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은 카미데 군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오퍼를 했습니다.
평소 취재 같은 데서는 절대로 말할 수 없는, 제 안에 품고 있는 이 드라마를 만드는 데 대한 갈등과 죄책감 같은 것을 카미데 군에게는 말할 수 있었어요. 물론 TV에 대한 마음이 완전히 같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부분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카미데 : 저희 과격파니까요(웃음). 사노 씨가 말씀하신 것과 같은 고민이나 갈등 안에는 제작자로서의 자의식 등 여러 가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고요.
이 이야기의 레이어에 대해 말하자면, 누군가가 죽게 된다는 무시무시한 불행을 기점으로 주인공들은 정의를 실현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정의 실현 안에는 자기실현도 포함되어 있고 더 나아가서 상업도 포함되어 있어요. 어떤 사람의 불행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거기서 여러 사람의 행복이 생겨난다는 구조가 '엘피스'에 있는 거죠.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 좋지 않은 일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지만, 다만 거기서 정의를 실현하려고 하는 세계에 피해자의 메리트는 거의 없는 거예요, 많은 경우에. 쉽게 말하면 여기에 이 피해, 이 불행을 거의 100% 착취하는 구조가 있는 겁니다. 이건 엄청나게 그로테스크하지만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에요. 하지만 아무도 이것이 그로테스크하다고 말하려고 하지 않죠. 사노 씨와 와타나베 씨의 갈등도 거기에 있었던 거예요.
이야기의 또 하나의 층으로 말하면 이번에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구조에 들어가 있고, 게다가 같은 사건을 엔터테인먼트 안에서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그걸로 다들 밥을 먹고 있고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이렇게 TV가 원래 갖고 있는 '남의 불행을 엔터테인먼트로 만들어서 돈을 낳는' 프릭쇼와 같은 구조를 이번에야말로 시사하고 싶었던 것이 이번 엔딩의 목적입니다.
우리는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비극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솔직히 사노 씨와 와타나베 씨, 연출가인 오오네 히토시 씨 입장에서는 그런 제작자의 자의식을 들춰내지 않기를 바라시겠죠.
하지만 저는 사노 씨에게 의뢰를 받은 단계에서 제작진을 만족시키겠다는 생각이 없었어요. 시청자를 위해 만드는 거니까요. 제작진은 TV 업계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고 있지만 그로테스크한 이 구조 자체는 보여주지 않아요. 그것을 제가 엔딩에서 보여주면 한 단계 더 깊은 시청 체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더 직설적으로 말할 수도 있지만 부드럽게 순화하면 이런 느낌입니다.

와타나베 : TV라고 할까, 표현이 그대로 갖고 있는 원죄에 대해서는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남의 불행을 착취하면서 일을 하고 있어요. 게다가 그런 것을 보여주지 않고 '좋은 일을 하는 느낌'으로 일을 해오고 있죠. 그건 시청자에게 별로 공유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번에 카미데 씨가 말씀하신 것을 시청자 여러분이 봐주시는 것은 굉장히 의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 자신도 이걸 언제 털어놓으면 좋을지 계속 생각했었는데 좋은 자백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사노 : 내용에 대해 시청자 여러분이 '잘했다', '과감하다'라고 하시는데, 이 작품은 실제 사건에서 착상을 얻은 것이고 참고한 사건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부분도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거기에는 피해자와 유족, 가족분들이 있는 가운데 역시 누군가의 불행을, 난폭한 표현을 쓰자면 제물로 삼아서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는 꺼림칙한 기분이 계속 있었어요. 그분들에 대한 마음은 물론 본편에도 그려져 있지만, 개인으로서 그런 마음을 말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도 이것을 방송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일방적으로 단정해 버리고 결국 실제로 만들어 버렸죠.

와타나베 : 제작진의 부끄러운 마음과 죄책감을 포함해서 그 엔딩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만들어 주셔서 저희도 감사했어요.

카미데 : 이 상태에서 이득을 보는 것은 저밖에 없네요(웃음). 그래도 제작진의 마음이 엔딩을 포함한 드라마 전체를 통해 전해진다면 기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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